이창동-조선희 인터뷰(2004년 12월 씨네 21)

조선희 l 제가 지금 신인작가잖아요. 근데 정말 신인작가라는...(중략)... 사회적 냉대, 시스템의 냉대에 시달리다보면, ...(중략)...,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, 그걸 사회에 납득시키기 전에 내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잖아요. ...(중략)...소설 쓸 재능은 없을지라도 이유는 있다는 걸 자신한테 납득시켜야 하는데, 가장 절망적일 때는 그 이유가 생각이 안 날 때예요. 선배는 그런 신인작가 시절을, 소설가로서, 영화감독으로서 무려 두번이나 했잖아요. 이 신인작가에게 뭔가 용기를 주는 얘기 해주실 거 없어요?


이창동 l 전혀 도움이 안 되지. 어떤 누구의 경험도 도움이 안 돼요. 혼자서 해결해야지. 절망을 좀더해야 해. 가혹하게 이야기하면, 절망을 아직 덜 했구먼.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설득한다고 했잖아. 무가치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야 돼.

조선희 l 그것까지 받아들이고 나면 쓸 기력이 없잖아요.

이창동 l 절망을 하고 나면 할 일이 쓰는 거밖에 없게 돼요. 베스트셀러를 쓰려고 하니까 그렇지. 무인도에서 구원의 글귀 한 구절을 써가지고 병에 집어넣어서 코르크 마개를 닫고 바다에 던지는 심정이 돼야 해. 누구 하나라도 이걸 주워서 봐줬으면 좋겠다, 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? 무인도에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는 걸, 이 체험을 수기로 써서 베스트셀러가 돼서 비단옷 입고 진주목걸이 하고 그런 거 상상하면 미치지.

조선희 l 신인작가가 자기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려다보면 조급해지잖아요. 그런데 <초록물고기>는 데뷔작으로서 그렇게 조급하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, 그건 뭘까,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.

이창동 l 무슨 이야긴지 정확히 이해하겠는데, 한 가지 납득이 안 되는 건, 지금 조선희씨 이야기 중에, 뭐라 그럴까, 세속적 잣대의 용어가 섞여 있어. 작가는 작가지, 신인작가라는 말은 없어. 그건 저널리즘 용어라고. 난 열두살에 이미 작가였다고. 그전엔 화가였고. 내가 글을 쓰면 이미 작가예요. 신인작가, 추천작가, 무슨 수상작가. 이건 그야말로 세속적인 거라고. 또 시스템으로부터의 냉대, 인정 이런 것들도 세속적 가치라고. 요즘 예술가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들 하잖아요. 세속적인 가치가 아닌 자기 내적 충동, 내적 가치로 창작을 하는 예술가를 만나는 게 어렵다는 얘기 같아. 보면 알거든. 예술가의 폼을 내는지. 진짜 예술가인지. <초록물고기> 때? 말할 나위가 없죠. 그때 경험했던 냉대와 쪽팔림이라는 거. 나이도 사십이 넘어서. 그런 외로움은 내가 열두살 때 이면지에다 아무도 읽지 않는 소설을 쓸 때나 큰 차이가 없거든. 그게 힘 아닌가. 영화 촬영할 때 어떤 장면 찍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, 와 이 장면 하나 몇만이다, 이런 얘길 덕담처럼 하는 경우 있어요. 그럼 난 즉각적으로 의심을 해요. 이거,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. 그렇게 보여지는 것엔 뭔가 위험한 요소가 있다는 거지.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. 교감하는 게 좋지. 그런데 그 방식이 중요한 거지.

조선희 l 자기 재능에 절망한 적은 없어요?

이창동 l 그걸 나에게 물어선 안 되지. 조선희씨 왜 절망하는데? 뭐 땜에 절망해? 스팀이 잘 안 들어와서 절망해, 볼펜이 잘 안 들어와서 절망해,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어서 절망해? (웃음) 결국은 자기 욕망과 그 욕망으로부터 동떨어진 재능과의 싸움이지. 피흘리는 싸움. 그게 운명이지.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군.

조선희 l 그런데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그 절망과 싸움이 늘 반복되나요?

이창동 l 그렇지. 그럼 술술 나오나? 안나오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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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우, 관객 , 자신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변태감독 이창동.
정말 무인도에서 구원의 글귀를 병에 담아 마개를 담는 마음으로 매 작품을 만들까.
저런 사람은 정말 싫다.

출처 : 씨네21
by 탬버린 | 2006/11/08 12:29 | 이런 영화 | 트랙백 | 덧글(0)

소설 : 제임스 미치너

소설
제임스 미치너 지음, 윤희기 옮김 / 열린책들


나의 점수 :

책을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재나 책꽂이에 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. 대부분의 집의 책꽂이에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읽은만한 책이 있게 마련이고 이 방법은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.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서점에가서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 표지나 출판사등을 훑고, 대충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. 이렇게 해서 좋은 책을 고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.

이 책도 화정 한양문고에 들렀다가 우연히 고른 책이다.

두명의 소설가와 한명의 편집자 한명의 평론가와 한명의 독자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첵과 삶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, 인생의 어떤 경험이 문학이 되는지, 그리고 소설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표현한다.

게다가 작품속 평론가인 칼 스트라이버트의 근대 영미문학에 대한 견해도 엿볼 수 있는데. 스트라이버트 교수에 의하면

영국의 제인 오스틴, 조지 엘리어트, 헨리 제임스, 조셉 콘라드
미국의 허먼 멜빌, 스티븐 크레인, 에디스 워튼, 윌리엄 포크너 가 동일 부류이고

영국의 윌리엄 새커리, 찰즈 디킨스, 토마스 하디, 존 골스워디,
미국의 싱클레어 루이스, 펄 벅, 어니스트 헤밍웨이, 존 스타인벡이 또 다른 한 부류이다.

이 책을 읽은 후 나는 트루먼 카포티의 in cold blood를 샀는데 카포티 역시 이 '소설'에 한차례 언급된다.
by 탬버린 | 2006/11/07 19:17 | 이런 책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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